엄마의 바다/남승열
본문

파도가 철썩
잠귀를 두드리는
바다를 쫘악 펴서
오징어를 말린다
엄마는 맨손의 마법사
노을꽃도 피운다
엄마의 바다에는
셈법이 따로 없다
샛바람에 흔적 없는
맹물체도 그렇지만
어시장 좌판 밑에서
접었다 펴는 열손가락
남승열
1998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집 『윤이상의 바다』 『즐거운 감옥』 『어깨를 기대는 저녁』, 2023년 이호우ㆍ이영도시조문학상 수상
어릴 때부터 못 먹는 음식이 참 많았다.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못 먹는 것. 그중 가장 심한 것은 네 발 짐승고기. 생일날 한 숟가락만 먹고도 화장실로 직행하게 하던 소고기미역국. 하지만 엄마는 모든 육식과 향이 강한 채소류에 해조류까지, 외가 대고모는 생선까지 못 드신다. - 졸시 「내력」
「엄마의 바다」에 주연으로 출연한 오늘의 시인의 엄마는 제 졸시 「내력」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제 엄마의 고모입니다. 타고나기를 못 먹는 게 많았던 엄마를 유일하게 닮아 저 역시 못 먹는 것이 참 많았는데, 어시장에서 “바다를 쫘악 펴서” 생선을 말리던 고모할머니로부터 “니 에미는 그래도 생선은 먹제. 나는 생선까지 못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야 이게 집안 내력이라는 걸 제대로 알았습니다. 하니 내력은 못 말립니다. 이제는 다 이승을 떠난 엄마, 고모할머니 얼굴이 눈앞에 삼삼합니다. / 남태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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