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퍼올린다/박하리
본문
말을 가둔다. 문을 잠그고 이중 삼중의 잠금장치를 걸어둔다. 그래도 새어 나간다. 연기를 피우고 새어 나간다. 말은 공기와 함께 섞여 나뒹굴다가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며 태풍을 만들기도 한다. 태풍은 비를 만들고 겨울 내내 푸석하게 쌓여있던 덤불, 그리고 내다 버리려했던 말들을 섞어 강으로 흘려보낸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덤불 속에는 스멀스멀 온갖 말들로 가득하다. 남은 말들이 섞이며 부풀어 오른 말들은 넘쳐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온갖 말들이 뒤엉켜 촘촘한 그물을 만든다. 말이 말을 퍼올린다. 온갖 세상의 것들이 올라온다. 온갖 것들을 퍼올린다. 바닥이 훤히 들어나도록 부지런히 그물질을 하며 퍼올린다. 퍼올린다.-계간 시와정신 여름호에서
박하리
강화 출생.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편집장. 계간 아라문학 부주간.
말이라는 것은 인간 표현방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상대 또는 주변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해지다보니 자신과는 별 상관없는 일에까지 말들이 관계를 하기 시작했다. 말만으로도 무엇이든 알 수 있고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진실이건 거짓이건 가리지 않고 쏟아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쏟아진다. 무작정 뱉어낸 말들이 넘쳐 온통 홍수를 이룬다. 말들이 넘치다보니 이제는 어떤 말도 믿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진실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말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말의 소중함이 아쉽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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