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이름을 지운다/이성필
본문

창틀의 먼지를 털다가 생각한다.
사람과의 긴 먼지 같던 시간들.
누구는 만나면 술 먹고,
누구는 만나면 얘기하고,
누구는 만나면 산에 가고,
그와는 그것밖에 할 수 없는 사이였음을,
먼지로 쌓인 날들이라고 탁탁 털 일만은 아닌 것임을.
누구는 만나면 밥을 묻고,
누구는 만나면 강을 묻고,
누구는 만나면 말이 멈추는,
그와는 그것으로 가고 가면서 남아있음을,
마음에 쌓인 사람과의 시간이 털면 털어질 기억인가를.
창틀의 먼지를 털다가 눈이 아프다.
그와의 먼지들이 풀풀 날린다.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 『달이달다』. 전국계간지작품상, 아라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Copyright © 한국문화예술신문'통' 기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