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서 아침으로/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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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적 영어단어 꽤나 외웠는데요.
그립다 소쩍 외롭다 소쩍 밤새도록 쓰는데요.
제 이름 새까맣게 채우며 잠도 안 자는데요.
십여 년 공부에도 코쟁이랑 얼굴만 붉히는데요.
엊저녁 끝낸 숙제인 줄 알았는데요.
오늘 밤 다시 소쩍소쩍 목청도 좋군요.
성가신 소리는 어느새 자장가로 들리는데요.
꿈속 나뭇가지에 나란히 걸터앉았는데요.
깜짝 놀라 일어나면 다음날 새벽인데요.
새는 동틀 녘 나무 구멍 속에서 잠들었는데요.
창을 열어 바람의 숨결을 들이는데요.
귀여운 박새 소리 포르르 따라오는데요.
찰진 삐비빅 소리에 창밖을 살피는데요.
주인은 숨어서 나뭇가지 흔드는데요.
봄날 아침이라고 화르르 꽃잎 뿌리는데요.
신은하
202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엄마의 옛날이야기』.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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