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섬/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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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많은 시간 속에도 혼자일 때가 있지
어릴 적 밥상머리에서 도란거리던 식구들은 어디 갔을까
이야기 보따리 풀며 배꼽 잡던 친구도
헤어져 돌아오면 먼 산 구경꾼이고
아이들은 둥지 찾아 떠난 새가 되었다
살 맞대고 사는 짝지도 때론 등 돌리고 누워 딴 생각하듯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오래된 기록과 사진을 쟁여놓던 다락방처럼 은밀하지
무릎 흉터보다 선명한 기억 속 흉터가
사소하지만 부끄러운 실수가
어찌해도 버리지 못한 집착까지 사는 작은 섬에서
혼자 노는 법을 연습 중이지
그 모든 것 태극기처럼 매달고 갯바람에 펄럭이며
일렁이는 세파를 타고 유람하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혼자가 되면 길이 열리는 파도가 깎아 먹는 그 섬에서
비밀은 평수를 넓히고 있다.
신은하
2021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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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기자님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