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떼/장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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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새들은 떼로 뭉쳐다닌다.
세상 다 차지한 듯 휘젓고 다닌다.
혼자 다니면 지극히 위험하다.
잘못 걸리면 뼈도 못추린다.
떼로 다니면 하나 사라져도 끄떡없다.
내가 사라질 확률도 거의 없게 된다.
누가 사라져도 안타까울 턱이 없다.
천년 만년 전부터 당연한 일이었다.
새 떼가 허공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항상 적절한 희생양이 필요하다.
장종권
본지 발행인.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함석지붕집 똥개』 외. '미네르바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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