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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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
사는 건 신문을 보는 일
밥을 먹기 전에 밥상머리에다, 식구처럼
우선 신문을 펼치는 일
밥을 먹으며 신문에 풍덩 빠지는 일
그렇게 날 잊는 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사는 건 무조건 떠드는 일
정치나 경제, 나와 다른 이 물어뜯는
썰 풀어 놓는 일
누가 한마디 하기 전에 열 마디 하는 일
어떻게든 지지 않는 일
중력을 잃고 우수에 잠기는 건
우산 없이 상념에 젖는 건
위험한 일
어쩌면 아픈 일이 생길지도
깊은 덫에 걸릴지도 모르는 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기만 해도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 전국계간지작품상, 아라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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