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었다/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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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덕분에 물때를 배운다
내 생전에는 관심도 없이 지나갔을 일
늘그막에 친구는 어부가 되고
나는 어부의 친구가 됐다
젊어서 윗물에서만 살던 사람이
아랫물 해남까지 내려가서
낙지를 잡는단다
밤낮 없이 바다 물살은 들어오고
나가고 할 것이다
조차가 큰 사리의 삶
그럭저럭 조금의 삶
한때는 만조였던 사람
늘 그러리라 사는 나의 일상에도
물이 빠져 나간다
천천히 그러다가 순식간에
텅 비는 바다
검푸른 갯벌에 배를 걸었다
이성필
2018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한밤의 넌픽션』. 전국계간지작품상, 아라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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