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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知的) 허기는 외로움이다/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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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6_103830-2.jpg사진 이성필

  

 

 

사람은 지적(知的) 삶의 허기를 채우며 산다. 지적 허기는 외로움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림을 그린다. 노래를 짓고 노래를 부른다. 사진을 찍는다. 낚시를 하고 고기를 잡는다. 뛰어 다닌다. 공놀이를 한다. 산에 오른다. 헤엄을 친다. 웃고 울고 떠들고 급기야는 싸운다. 요리를 한다. 밤을 새운다. 기차를 탄다. 휘파람을 분다. 게임을 한다. 설교를 하고 설교를 듣는다.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어기고 규칙을 고친다. 연애를 한다. 집을 짓는다. 나무를 심는다. 바람을 만지며 꽃과 속삭인다. 그러나 지적 포만은 잠시다. 채워도 빠져나간다. 바위를 먹고도 흘러가는 구름 그림자다. 소화력이 좋다.

 

 

 

배고픔은 인간적이다. 극히 동물적이다. 위를 채우는 일만이 아니다. 어떤 형태든 배부르면 인간이나 동물이나 딴 생각을 한다. 개가 동네를 어슬렁거릴 때 꼭 배가 고파서만은 아니다. 인간은 지적 허기를 채울 무언가를 찾아 항시 여기저기 기웃기웃 거린다. 이미 찾았다는 것에 빠져서 나오지 않기도 한다. 본능이다. 누가 가르치지 않았다. 물론 배우고 만들고 한 것들도 많다. 그것 또한 본능에 충실한 결과며 진행 중이다. 늦은 밤 고요한 골목길 외등을 보면 배가 고픈 건 왜일까. 지적 허기는 무엇인가. 외로움은 무엇인가. 심심한 거와는 사뭇 다른 무엇이다. 사람은 지적 허기를 채우며 산다. 지적 허기는 외로움이다. 그게 무엇인가.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 전국계간지작품상, 아라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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