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그리고 바람/박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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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늘 오라고 바람에게 전한다.
바람은 그녀에게 바다로 가자고 한다.
열 일 제치고 달려간 바다는 넘실넘실 어머니 치맛자락이다.
어머니의 따듯한 손끝으로 만져진 바다는 조용하다.
바다 건너에 있는 섬은 바람의 어머니이다.
바람 따라 바다로 달려간 바다의 끝은 섬이라 했다.
그을린 섬의 얼굴, 툭툭 붉어진 손마디,
젖은 손끝이 닿을까 봐 옷에 쓱쓱 문지르고 내민 손이 따듯하다.
바닷바람은 비릿한 짠내로 다가와 달콤한 향기로 바뀐다.
바람 타고 간 섬, 섬의 바람, 봄이다.
박하리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말이 퍼올리는 말』.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편집장.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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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2
이성필님의 댓글
바닷바람은 결국 어머니 섬에게로 가고
섬은 짠내로 향기로 봄입니다.
박하리 편집인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