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불완전한 생에 대하여/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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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색을 좋아하냐 묻지 마세요.
새빨간 할미꽃 하늘빛 각시붓 노랑색 금난초 하이얀 바람꽃
뭐 하나 버릴 게 있어야지요
연두와 초록이 어우러진 숲을 넘어가요.
흰 갈기를 날리며 달려오는 파도와 몽돌들 짜그락대는 소리
휘파람새 숨어서 연인 꼬시는 소리
무슨 색이라 단정할 수도 없어요.
해 저물어 하나둘 피어나는 등불들과
자꾸만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도 제 색깔을 띠지만
표현할 수 없는 마음 같아서
글도 그림도 깜냥껏 파닥거릴 뿐
날지 못하는 오리는 뒤뚱거리며 걸어갑니다.
신은하
202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엄마의 옛날이야기』. 막비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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