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서점/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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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이 만나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나 방금 극을 만났어요. 반짝 불이 들어왔어요.*
그녀의 댓글에 그가 꽂힌다. 신문들이 던져지고, 그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다. 책과 책장이 돌고 거짓말들이 쫓아온다. 두 개의 시계가 반대 방향으로 돌고 오후 4시 그와 그녀가 만나는 순간이다.
번쩍! 극과 극이 헤어진다. 화들짝 놀란 그녀의 시간은 흘러가고, 그의 시간은 되돌아가는 순간이다. 그녀와 그가 시간의 파도에 부딪힌다. 태양과 달이 교차한다.
그가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번쩍! 불이 들어오고 그가 뽑힌다. 복제된 메텔*이 그의 손을 이끈다. 그녀의 손에 이끌린 그가 작아진다. 내일로 기차를 타고 안드로메다 행성으로 출발하려는 순간,
번쩍! 불이 꺼지고 책장과 책장 사이 그가 졸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찰나 창틈으로 뜨거운 태양이 비춘다. 순간 구석에 있던 책들이 숨을 쉰다.
* 새한 서점 : 영화 〈내부자들〉의 촬영장소로 단양군 적성면에 있는 중고 서점.
* 카카오 스토리에 올린 새한서점 사진에 김보숙 시인이 단 댓글. 일부
* 메텔 : 만화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여주인공.
정치산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바람난 치악산』, 『그의 말을 훔치다』. 강원문학작가상,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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