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이거나 쾅이거나/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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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복권이 있었다.
아버지는 매주 한두 장씩 샀다.
빠지지 않고 사도,
복 없이 늘 꽝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서,
집 한 채는 마련했는데,
아들이 사업 담보로 말아먹었다.
인생도 꽝이었다.
추석 전날,
아버지 계신 곳에 갔다.
예약 순서대로 들이는 봉안당,
딱 눈높이에 들어앉으신 아버지.
그 로열층 집에,
누가 다녀갔는지,
꽃 두 송이 달려 있다.
나도 꽃 한 송이 달았다.
로열층에 집도 당첨되고,
꽃에 가려 얼굴도 잘 안 보이고,
아버지, 죽어 성공하셨네.
살아 못 이룬 꿈 쾅, 이루셨네.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한밤의 넌픽션』, 『달이달다』. 전국계간지작품상, 아라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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