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길에서·6/이성필
빼재에서 동엽령 가는 길 햇살은 은빛 빗살 치는데 그럴듯해 보이는 봉우리와 봉우리 틈새와 사이로 어둠은 언뜻언뜻 깃들어 나는 먼 하늘 생각으로 주름지고 갈미봉 대봉 못봉 굴곡이 많다 달음령 지나 싸리동재 누군가는 힘이 부쳐 하산을 하고 …
소백산 편지/이성필
소백산에서 편지를 쓴다 천동계곡 길에서 쓰고 주목군락지 길에서 쓰고 비로봉 갈림길에서 쓰고 비로봉에서 쓴다 소백산 하늘이 얼마나 푸른지 지금 무슨 양떼들이 지나가는지 먼 능선에 햇살이 몇 겹으로 쏟아져 내리는지 …
꿈속에서 죽었다/이성필
조금씩 모자란 꿈을 꾸었다. 열 개가 필요한데 아홉 개밖에 없었다. 다섯 개가 있어야 하는데 네 개밖에 없었다. 늘 조금씩 부족했고 가진 모든 것을 주었다. 모자라게 주어서 주고나면 죽었다. 줄 때마다 조금…
눈물을 줍는다/이성필
노래를 들으면 시가 안 써집니다. 책을 읽으면 시가 안 써집니다. 풀처럼 걸으니 시가 보입니다. 여기저기 시가 떨어져 있습니다. 몸의 작은 부스러기들입니다. 그 중에서 심장 몇 개를 줍습니다.&…
국밥이 시다/이성필
시 한 편 쓰면 하루가 가니 하루가 시 한 편이었던 거다. 국밥을 먹으면서 지는 하루이니 하루가 국밥이었던 거다. 시 한 편 쓰자 하루를 사니 하루가 시 한 뚝배기를 준다. 하루를 한 수저 뜨니 미련과 후회 반성 추억이 …
내 마음의 비애/이성필
내 마음의 비애는 동그랗게 구르는 자전거바퀴다. 서 있을 때도 동그랗고 달리는 순간에도 동그랗다. 어제와 어제의 어제 그 어제가 둥글게 스크럼을 짠다. 내 마음의 비애는 동그란 지구를 닮아가며 동그랗다. …
지적知的 허기는 외로움이다/이성필
사진 이성필 사람은 지적(知的) 삶의 허기를 채우며 산다. 지적 허기는 외로움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림을 그린다. 노래를 짓고 노래를 부른다. 사진을 찍는다. 낚시를 하고 고기를 잡는다. 뛰어 다닌다. 공놀이를 한다. …
숨은 벽/이성필
품속에 숨어 있다 해서 숨은 벽이다. 몇몇은 아는 북한산 숨은 벽 몇몇만 아는 관악산 숨은 벽 품속에 숨기고 있는 벽 하나씩 있다. 이성필 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