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윤은한
사진 윤은한 얼어있던 소리 깨어나고 산고 속에 태어난 자식처럼 어머니 품속으로 스며든다 님 걸어간 눈 속 노란 복수초 웃는 얼굴 매화 붉은 입술로 마당에 와 닿은 봄에게 입맞춤 한다 배고픈 다람쥐 뒷산으로 …
바다, 그리고 바람/박하리
사진 박하리 바다는 늘 오라고 바람에게 전한다. 바람은 그녀에게 바다로 가자고 한다. 열 일 제치고 달려간 바다는 넘실넘실 어머니 치맛자락이다. 어머니의 따듯한 손끝으로 만져진 바다는 조용하다…
흩어지면 더 빛나는 것들/최서연
사진 최서연 민들레가 피고 별이 반짝이는 건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향기나 소리도 흩어져 더 빛이 납니다. 흩어지면 더 빛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외로우면 더 빛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
미생未生―불완전한 생에 대하여/신은하
여수 국가정원/사진 신은하 무슨 색을 좋아하냐 묻지 마세요. 새빨간 할미꽃 하늘빛 각시붓 노랑색 금난초 하이얀 바람꽃 뭐 하나 버릴 게 있어야지요 연두와 초록이 어우러진 숲을 넘어가요. 흰 갈기…
겹쳐진 시간과 공간/고창수
사진 고창수 시공의 벨이 울리고 무대가 설 때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연극은 펼쳐진다. 시공 속에서 사람의 실존은 전개된다. 그러나, 사람은 여러 시공이 겹쳐져서 시공의 미로를 빠져 나와 춤과 노래…
가파도라는 섬/김밝은
사진 김밝은 아무도 모르게 껴안은 마음일랑 가파도 되고 마라도 되지, 어쩌면 무작정 가고파도일 거라는 말 고개를 저어도 자꾸 선명해지는 너를 떠올리면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함께 달려와 까무룩해지는 장다…
새해의 신화/고창수
사진 고창수 이 청룡의 해에 그 옛적 떠돌던 유랑민처럼 낯선 땅과 하늘과 산과 바다를 탐험하자. 우리 붕새의 승천에도 박수를 보내자. 하늘과 땅과 모든 동굴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번쩍이고,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