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꽃도 당신처럼/장종권
인천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뜰 봄은 세상 끝나는 날까지 돌아온다. 봄은 낙원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비밀스럽게 오는 것도 아니다. 봄은 비처럼 눈처럼 당신처럼 온다. 꽃도 세상 …
꿈속에서 죽었다/이성필
조금씩 모자란 꿈을 꾸었다. 열 개가 필요한데 아홉 개밖에 없었다. 다섯 개가 있어야 하는데 네 개밖에 없었다. 늘 조금씩 부족했고 가진 모든 것을 주었다. 모자라게 주어서 주고나면 죽었다. 줄 때마다 조금…
무지개는 반원이란다/최서연
남해 이어리/박정규 사진 빨주노초파남보 함께해서 무지개란다 아이야 다름이 모여 둥글게 빛나는 무지개는, 반원이란다 최서연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물은 맨살로 흐른다』…
눈물을 줍는다/이성필
노래를 들으면 시가 안 써집니다. 책을 읽으면 시가 안 써집니다. 풀처럼 걸으니 시가 보입니다. 여기저기 시가 떨어져 있습니다. 몸의 작은 부스러기들입니다. 그 중에서 심장 몇 개를 줍습니다.&…
참말 거짓말/장종권
사진 황희순 거짓말을 잘 하라고 열심히 가르친다. 거짓말이 제일 아름답다고 열심히 가르친다. 참말로 사람 죽이는 일 있어도 거짓말로 사람 죽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그 참말 참말로 참말이 아니라고 그 거짓말…
국밥이 시다/이성필
시 한 편 쓰면 하루가 가니 하루가 시 한 편이었던 거다. 국밥을 먹으면서 지는 하루이니 하루가 국밥이었던 거다. 시 한 편 쓰자 하루를 사니 하루가 시 한 뚝배기를 준다. 하루를 한 수저 뜨니 미련과 후회 반성 추억이 …
물속의 극락/장종권
순천만 습지 하늘은 꼭 물속에만 가라앉는다 제 높이보다 몇 배나 더 깊이 가라앉는다 빛깔도 더 곱게 갈잎도 물빛도 흔들어대며 한 번 빠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극락이다 &n…
내 마음의 비애/이성필
내 마음의 비애는 동그랗게 구르는 자전거바퀴다. 서 있을 때도 동그랗고 달리는 순간에도 동그랗다. 어제와 어제의 어제 그 어제가 둥글게 스크럼을 짠다. 내 마음의 비애는 동그란 지구를 닮아가며 동그랗다. …
지적知的 허기는 외로움이다/이성필
사진 이성필 사람은 지적(知的) 삶의 허기를 채우며 산다. 지적 허기는 외로움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림을 그린다. 노래를 짓고 노래를 부른다. 사진을 찍는다. 낚시를 하고 고기를 잡는다. 뛰어 다닌다. 공놀이를 한다. …
귀신과 며느리/장종권
사진:김성배(군산 해망동에서, 건너편이 장항) 마음을 비워야 건강한지 마음을 채워야 건강한지 귀신도 몰러 며느리도 몰러 장종권 본지 발행인. 1985…
숨은 벽/이성필
품속에 숨어 있다 해서 숨은 벽이다. 몇몇은 아는 북한산 숨은 벽 몇몇만 아는 관악산 숨은 벽 품속에 숨기고 있는 벽 하나씩 있다. 이성필 2018년…
서검도/박하리
강화군 석모도에서 서검도와 미법도로 건너가던 하리 선착장 눈 내리는 논둑길에 천 년의 눈꽃이 피어 있다. 꽁꽁 얼었던 얼음들이 뒤엉켜 바다로 흘러든다. 밀고 밀려온 얼음들은 마침내 섬을 가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