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라는 섬/김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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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껴안은 마음일랑
가파도 되고 마라도 되지,
어쩌면 무작정 가고파도일 거라는 말
고개를 저어도 자꾸 선명해지는 너를 떠올리면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함께 달려와
까무룩해지는 장다리꽃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곤 하지
바람을 견디지 못한 이름들은 주저앉아 버렸고
청보리는 저 혼자 또 한 계절을 출렁이고 있는데
어루만지다, 쓰다듬다라는 말이
명치끝에서 덜컥 넘어지기도 하는지
곱십을수록 까슬까슬해지는 얼굴도 있어
보고파, 라는 말을 허공에 띄우면 대답이라도 하듯
등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파도의 손짓까지
뜨겁게 업은 너
심장에 가까운 말* 한마디는 어디에 숨겨놓은 것일까
*박소란 시인의 시집 제목 인용.
김밝은
2013년 《미네르바》로 등단했으며, 시집 『술의 미학』,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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