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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라는 섬/김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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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보리밭2-700.jpg사진 김밝은

 

 


아무도 모르게 껴안은 마음일랑

가파도 되고 마라도 되지,

어쩌면 무작정 가고파도일 거라는 말


고개를 저어도 자꾸 선명해지는 너를 떠올리면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함께 달려와

까무룩해지는 장다리꽃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곤 하지                   


바람을 견디지 못한 이름들은 주저앉아 버렸고

청보리는 저 혼자 또 한 계절을 출렁이고 있는데


어루만지다, 쓰다듬다라는 말이 

명치끝에서 덜컥 넘어지기도 하는지 

곱십을수록 까슬까슬해지는 얼굴도 있어 


보고파, 라는 말을 허공에 띄우면 대답이라도 하듯 

등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파도의 손짓까지 

뜨겁게 업은 너


심장에 가까운 말* 한마디는 어디에 숨겨놓은 것일까


*박소란 시인의 시집 제목 인용.



김밝은

2013년 《미네르바》로 등단했으며, 시집 『술의 미학』, 『자작나무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문이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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