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검도/박하리
본문
눈 내리는 논둑길에 천 년의 눈꽃이 피어 있다.
꽁꽁 얼었던 얼음들이 뒤엉켜 바다로 흘러든다.
밀고 밀려온 얼음들은 마침내 섬을 가두고,
외줄에 묶인 여객선은 얼음 위에 앉아 있다.
육지로 향하는 마음들이 선착장에 머물고,
갯골바위에 거품만 부서지는 섬의 바다는
떠내려가는 얼음들의 소용돌이로 출렁인다.
떠나지 못한 보따리들 얼음 바다에 풀어지며
인적 끊긴 매표소에는 바람이 홀로 놀고,
거친 숨 몰아쉬는 바다에는 천 년의 눈꽃이 핀다.
박하리
서검도 출신으로 2012년 《리토피아》로 등단했으며 시집 『말이 퍼올리는 말』이 있다. 계간 《아라쇼츠》 부주간, 계간 《리토피아》 편집장, 본 법인의 상임이사이다.

Copyright © 한국문화예술신문'통' 기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한 회원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