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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래난초/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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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과-타래난초 (9).jpg

 

 

 

 

쌀알 같은 분홍 꽃잎이 줄줄이 입술을 열어요.

쉽게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는 나선형이죠.

기껏해야 한두 뼘 키로 하늘에 닿으려 해요.

직선의 높이를 뱅글뱅글 올라가며 안정적이죠.

암모나이트로부터 전해진 생존의 비밀인데요.

달팽이며 다슬기와 소라가 귀띔해 줬다고 해요.

실타래 모양 꽃차례가 허공을 찌르는 잔디밭인데요.

절정의 요염함에 나는 왠지 심장박동이 빨라져요.

거대한 블랙홀이나 회오리를 이끄는 힘이잖아요.

충격을 흡수하여 에너지를 축적하는 용수철인데요

가녀린 풀꽃의 유연성에 깃들었어요

고운 꽃 피우고픈 DNA의 열망이 뜨거워요.

이중나선구조로 몸을 배배 꼬며 올라갑니다.

 

 

신은하
202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엄마의 옛날이야기>, 막비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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