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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혼자 있을 때 사는 건 신문을 보는 일 밥을 먹기 전에 밥상머리에다, 식구처럼 우선 신문을 펼치는 일 밥을 먹으며 신문에 풍덩 빠지는 일 그렇게 날 잊는 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사는 건 무조건 떠…

벽/남태식

        움켜잡고 바스라뜨리는 이면의 갈퀴를 상상하는 동안에는 저 푸른 숲도 한갓   벽이었다.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망상가들…

독(獨)/남태식

    단박에는 꽃도 무리를 지어 핀 꽃이 아름답다.    광장에서 돌아와 나는  홀로 눕는다.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망상가들의 마을』, 『상처를 만지다…

걸었다/이성필

  친구 덕분에 물때를 배운다 내 생전에는 관심도 없이 지나갔을 일 늘그막에 친구는 어부가 되고 나는 어부의 친구가 됐다 젊어서 윗물에서만 살던 사람이 아랫물 해남까지 내려가서 낙지를 잡는단다 밤낮 없이 바다 물살은 들어오고 …

정원 구경/한명희

    아름다운 정원에 서면   나무보다 사람 생각   잘 가꾸어진 정원일수록   꽃보다 사람 생각     한명희  1992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

타래난초/신은하

        쌀알 같은 분홍 꽃잎이 줄줄이 입술을 열어요. 쉽게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는 나선형이죠. 기껏해야 한두 뼘 키로 하늘에 닿으려 해요. 직선의 높이를 뱅글뱅글 올라가며 안정적이죠. 암모나이트로부터 전해진 생존…

봄도 꽃도 당신처럼/장종권

인천 성산효대학원대학교 뜰       봄은 세상 끝나는 날까지 돌아온다. 봄은 낙원에만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비밀스럽게 오는 것도 아니다. 봄은 비처럼 눈처럼 당신처럼 온다.   꽃도 세상 …

꿈속에서 죽었다

    조금씩 모자란 꿈을 꾸었다. 열 개가 필요한데 아홉 개밖에 없었다. 다섯 개가 있어야 하는데 네 개밖에 없었다. 늘 조금씩 부족했고 가진 모든 것을 주었다.    모자라게 주어서 주고나면 죽었다. 줄 때마다 조금…

무지개는 반원이란다/최서연

남해 이어리/박정규 사진   빨주노초파남보 함께해서 무지개란다 아이야 다름이 모여 둥글게 빛나는 무지개는, 반원이란다     최서연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물은 맨살로 흐른다』…

눈물을 줍는다/이성필

  노래를 들으면 시가 안 써집니다. 책을 읽으면 시가 안 써집니다.    풀처럼 걸으니 시가 보입니다. 여기저기 시가 떨어져 있습니다.    몸의 작은 부스러기들입니다. 그 중에서 심장 몇 개를 줍습니다.&…

참말 거짓말/장종권

사진 황희순        거짓말을 잘 하라고 열심히 가르친다. 거짓말이 제일 아름답다고 열심히 가르친다. 참말로 사람 죽이는 일 있어도 거짓말로 사람 죽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그 참말 참말로 참말…

국밥이 시다/이성필

    시 한 편 쓰면 하루가 가니 하루가 시 한 편이었던 거다. 국밥을 먹으면서 지는 하루이니 하루가 국밥이었던 거다. 시 한 편 쓰자 하루를 사니 하루가 시 한 뚝배기를 준다.   하루를 한 수저 뜨니 미련과 후회 반성 추억이 …

물속의 극락/장종권

순천만 습지       하늘은 꼭 물속에만 가라앉는다 제 높이보다 몇 배나 더 깊이 가라앉는다 빛깔도 더 곱게 갈잎도 물빛도 흔들어대며 한 번 빠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극락이다 &n…

내 마음의 비애/이성필

    내 마음의 비애는 동그랗게 구르는 자전거바퀴다. 서 있을 때도 동그랗고 달리는 순간에도 동그랗다. 어제와 어제의 어제 그 어제가 둥글게 스크럼을 짠다. 내 마음의 비애는 동그란 지구를 닮아가며 동그랗다. …

지적(知的) 허기는 외로움이다/이성필

사진 이성필        사람은 지적(知的) 삶의 허기를 채우며 산다. 지적 허기는 외로움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림을 그린다. 노래를 짓고 노래를 부른다. 사진을 찍는다. 낚시를 하고 고기를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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