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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 박인선 원장의 기고문

-'신문통 인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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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원장은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병원에서 인턴과 원칙적이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강목 교수님 휘하에서 레지던트를 수료하였다. 19882월 부산에 내려와 부산백병원에서 재활의학과를 만들면서 파란만장한 재활의학과 전문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144개월간 재활의학과 과장을 하면서 뇌손상환자의 재활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으나 재활의학치료를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으로 20028월 해운대 마리나센터 5층에서 박인선재활의학과의원을 개원하였다. 20069월 남구 대연동에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을 개원하여 병원장으로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쉽고 편하게만 살아가려는 재활의학과 의사들과 이런 풍조를 만들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에 분통을 터뜨리며 속상해하며 일하고 있다. 재활의학이 우리나라의 의료전달 체계 하에서 효율적으로 장애를 줄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는 재활의학에 미친 아줌마 의사이다.

  

파크사이드재활의학병원의 집으로 프로젝트

집으로 프로젝트는 어떻게 해서라도 재활환자가 안전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6년 병원이 설립된 다음해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당시에는 병원 스태프 외에 인테리어업자, 의료기업자, 가끔은 의용공학과 교수, 작업치료학과 교수 등 여러 사람들이 같이 다니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치의, 간호과장, 사회복지사를 주축으로 소규모로 움직인다. 특이하다고 할 것도 없다. 환자가 어떻게 살았고 어떠한 환경으로 돌아가는 지를 파악하여 그에 맞추어 재활치료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이 있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지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환자들과의 공감을 위해 환자의 집을 방문하여 걱정을 공유하고 가능하면 해결해주도록 노력하는 것은 재활치료의 기본이다. ‘희망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사람이 걸어가면 길이 생겨난다.’고 한 루쉰의 말처럼, 오늘도 우리는 희망을 그려본다. 

 

재활병원에서 장애를 가지게 된 재활환자를 사회복귀 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과 사회의 제반 여건이 사회복귀를 위해 결코 좋은 풍토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말이 좀 삐딱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건 요즘 나의 심사가 매우 뒤틀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활병원과 재활폐인

재활병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분명하게 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재활병원과 재활요양병원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는 400, 500병상을 갖추고 유수의 시설을 자랑하면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엄청나게 홍보하면서 병원 앞에 앰뷸런스를 대기시켜 놓고 관련과 의사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아가는 것을 지켜보면 별의별 짓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런 영업을 하는 병원이라면 환자에게 매우 좋은 치료를 제공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최대한의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최대한의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치료비의 삭감이 시작되면 환자에게 자연스럽게 퇴원을 권유한다. 그러면 환자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재활이나 요양병원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데 이런 것이 반복이 된다. 

 

널려 있는 것이 재활, 요양병원이고 어느 병원이든 돈 되는 환자는 언제나 환영이니, 이래서 재활환자의 뺑뺑이 천국 대한민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위 재활전문이라고 외치는 병원에서는 역설적으로 재활환자를 더욱 조장하여 만들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병원으로 돌다보면 자신들의 삶이 통째로 붕괴되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다. 단지 안일하게 병원에 있을 수 있다는 점에만 집착하여 재활폐인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재활병원에서 장애를 가진 환자를 잘 치료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맞다. 잘 치료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르게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질 수 있는 환자는 좋아질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고, 아무리 치료해도 좋아지기 어려울 것 같은 장애가 남은 환자에게는 더 이상의 불필요한 치료를 권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앞으로 살아갈 방향과 이에 관계되는 여러가지 제반 사항에 대하여 같이 의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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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의 마침표는?

재활환자들을 집과 사회로 돌려보내는 과정에 드는 시간과 노력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열정이 있어도 될까 말까 한 작업이다. 어느 미친 사람이 일 원 한 푼 나오지 않는 일을 자기 돈 들여가며 온갖 욕을 먹어가며 하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병원에서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환자들은 여러 재활전문병원, 재활전문요양병원을 오가며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똑같은 치료를 받고 있다. 더 이상의 재활치료를 해도 이제는 변화되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며, 치료의 목표에 거의 다 도달한 것 같다고 말해주어도, 환자와 가족은 다 나을 때까지 열심히 치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운다.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친절하게 보이고 만만하게 보이는 병원으로 더 좋은(?) 치료를 찾아 옮겨간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들의 자기 부정으로 만들어진 끝도 없는 재활욕망과, 요양병원들의 게걸스러운 영업이 자연스럽게 일치하면서 불필요한 의료비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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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의 마침표는 환자가 퇴원하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가서 제대로 살 수 있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사회로 보낼 수 있는 환자는 안전하게 사회로 돌려보내야만 임무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활병원이 존재할 이유가 사실은 없는 것이다. 

 

망가지고 있는 가정에서 성공적인 재활은 꿈도 꿀 수 없다.

가정이 망가지고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 재활환자의 집으로의 복귀는 언감생심이다. 망가지고 있는 가정에서 가족 중 어느 누가 재활환자를 돌보면서 살아가려고 한단 말인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극복할 수 있지만, 망가진 마음은 무슨 수를 써도 회복이 불가능하다. 재활치료 초기부터 환자의 가정을 돌보는 것은 재활환자의 가정으로의 복귀에 필수적인 일이다. 그렇게 하여야 마누라가 도망가지 않고, 남편이 딴생각하지 않게 하면서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사보험들

입원하고 있어야만 치료비가 나오는 사보험들에 대하여는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열심히 치료한 후 퇴원하여 통원치료 할 시점이 되면 환자의 태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 버린다. 통원치료가 환자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라고 아무리 설명하여도 통원치료 하면 돈이 나오지 않으므로 절대로 응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가버린다. 이것을 미리 알고 처음부터 환자와 충분한 교감을 교류하지 않으면 닭 쫓던 개 하늘 쳐다보는 꼴이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퇴원 후 초기 대응은 평생 삶의 모습을 좌우한다.

집으로 성공적으로 퇴원시켰다고 안도할 시간은 없다. 왜냐하면 환자의 외부 세계가 장애를 갖기 전의 세상과는 천지 차이가 있으므로 집에서의 적응 상태에 대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족들과의 관계, 친구들, 사회적인 모임들까지도 관심을 갖고 살펴야 환자가 퇴원 후에 집에서 외톨이로 던져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집의 외부적인 환경 제약 요소는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다.

집의 외부적인 환경이 퇴원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위에 나열한 내용에 비해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점점 실감되고 있다. 계단이 너무 많으면 이사를 하면 되고, 집이 불편하면 고치면 된다. 고칠 돈이 없으면 집을 무료로 고쳐줄 수 있는 봉사단체를 찾아 섭외하는 발품과 말품을 파는 수고는 감수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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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에 대한 신뢰는 의료기반 사회복귀 프로그램의 근간을 만든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는 퇴원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만든다. 집으로 퇴원하여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때 곧바로 돌보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환자가 보다 수월하게 집으로 퇴원할 수 있도록 한다. 언제든지 문제가 생기면 다시 입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에 대한 안도감을 갖게 한다.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엔진을 달아주는 것

집으로 돌아가긴 하였으나 아무 할 일이 없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단지 일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자신감과 자존감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퇴원 전에 환자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경험하게 하면서 퇴원과 동시에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재활환자의 퇴원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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