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다가와 '성호다방'에서
-송재소 은사님과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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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어느날 송재소 교수님과 점심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죽기 전에 이종호 군을 만나고 싶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다. 5월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두고 74학번 정성용 선배와 이종호 친구와 넷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친구 이종호가 안성에 살기 때문에 저녁 약속은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내 차로 송 교수님과 두 사람을 모시고 <대청마루>란 집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하기로 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로 꽤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내가 계산하려고 했더니 종호가 오늘은 내가 낸다며 계산하고 나왔다. 그러면 차 한잔하자고 제의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했다.
송 교수님이 어디 잘 아는 찻집이 있느냐고 물으시는데, 사실 나도 이 동네에서 밥은 먹어봤으나 차를 마신 적이 없었다. 앞쪽을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다방>이란 상호가 눈에 띈다. 요즘 서울 시내에 ‘다방’이라는 간판을 달고 차를 파는 집을 처음 보아 신기한 마음으로 함께 들어갔다.
지하 공간은 아득한 분위기여서 교수님이 칭찬할 정도였다. 커피 두 잔에 생강차 두 잔을 시키고 주로 송 교수님과 이종호가 여러 가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세 분의 사진을 찍으니 성용 형이 같이 한 장 찍자고 한다.
주인에게 부탁하여 넷이 함께 사진을 찍고 ‘다방’이란 상호가 무척 정겹고 고풍스럽다고 했더니 주인이 설명을 한참동안 했다.
그만한 사연이 있었고 다방을 열 개 정도 열었는데 지금 남은 곳이 이 집과 또 하나가 있다고 하며 ‘성호다방’ 설명을 한다. 이룰 성, 부를 호가 아니고 이룰 성, 범 호라고 한다.
다방을 나서면서 주인의 낯익은 사투리를 들었기에 고향을 물었더니 대구라고 한다. 친구와 선배는 전철역에 내려주고 송 교수님은 홍대앞 사무실까지 모셨다.
후두암의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폐로 전이되어 고생을 한다고 하신다. 드릴만 한 것이 없어 뒷 트렁크에서 양파즙을 꺼내어 드리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드렸다.
대학시절의 은사님이시다. 돌아오는 길 내내 교수님 쾌차하시길 기도한다. 내가 6년 전에 암수술을 했기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일까?
眞正親舊李鍾虎
(진정친구이종호) 참된 친구 이종호,
今日點心宋敎授
(금일점심송교수) 오늘 송교수와 점심을 먹었네.
七四學番鄭先輩
(칠사학번정선배) 74학번 정선배도 함께 했고,
堂山洞內味食堂
(당산동내미식당) 영등포구 당산동의 맛집에서.
-東軒 朴鍾夫 作詩
2025년 5월 13일 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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