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 시인, 한자리에 모여 삶의 울림과 시의 깊이를 나누다
-'서울, 세계 시 엑스포' /글, 사진 제공: 대만현대시인협회
본문
<허영자 조직위원장 개막식 선포>
지난 10월 28일-11월 1일 대만현대시인협회(이하 대만시협) 일행 6명은 한국시인협회(이하 한국시협)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한 ‘서울 세계시 엑스포 2025’에 초청돼 서울을 방문했다. 대만시협 참가자는 이사장 김상호 교수, 졍죵밍(鄭烱明, 내과 의사, 문학대만 발행인), 츄러산(邱若山, 일문과 정년 퇴임교수, 전 대만시협 이사장), 차이슈쥐(蔡秀菊, 대만현대시 주간), 우슈링(巫秀鈴, 대만시협 회원), 졍빙홍(鄭秉鴻, 대만 저명 영화평론가) 등이다. 28일 저녁 강남 잠실의 고깃집에서 한국시협의 최영규, 장종권, 강수, 김지헌, 김삼환 선생 제위께서 베풀어준 환영 만찬과 차담회가 있었다. 이날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이어 장종권 리토피아 대표의 초청으로 근처 커피숍에서 문을 닫을 때까지 한국과 대만 문단의 공동 관심사를 주제로 심도 있는 교류의 시간이 이어졌다.

<왼쪽 뒷줄부터 츄러산, 졍빙홍, 최영규, 김지헌, 왼쪽 앞줄부터 우슈링, 차이슈쥐, 졍죵밍, 강수, 김삼환, 장종권, 김상호>

<왼쪽 뒷줄부터 츄러산, 졍빙홍, 최영규, 김지헌, 왼쪽 앞줄부터 우슈링, 차이슈쥐, 졍죵밍, 강수, 김삼환, 장종권, 김상호>

다음날인 29일 오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만연구센터의 초청으로 마련된 대만 국민시인 졍죵밍과 그의 장남인 졍빙홍의 강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엔 대만시협 일행과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장인 임대근 교수와 정원대 교수, 공유식 교수와 선문대학교 김순진 교수, 서강대학교 허야원(何雅雯) 교수, 공자학원의 줘웨이깡(左維剛) 교수 등이 참석했다.
최근 리토피아에서 한역판 두 번째 시집《만약 삶이 축제라면》을 출판하기도 했던 졍죵밍 시인은 저항의 시학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난 한 손엔 해부용 칼을 든 시인으로 사랑의 언어를 찾으면서 동시에 더러운 현실의 치부를 칼로 찔러 곪은 피가 흘러나오게 정화하고 있다. 이것이 시인으로서의 나의 숙명이며, 기꺼이 감당하고자 한다. 시의 공감은 언어의 공감이며, 의미의 공감이다. 사랑과 죽음, 생명의 슬픔과 현실의 저항은 영원한 창작의 원천으로 어떻게 평범하고 일반적인 일상성을 시의 자양분으로 향상시킬 것인지는 시인의 큰 시험대이다. 시인의 시상의 깊이는 작품 경계의 높낮이로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졍빙홍 평론가는 대만 영화‧영상 산업에 영향을 미친 주요 전환점으로 1987년 7월 15일: 계엄령 해제, 1988년 1월 1일: 언론 통제 해제, 1989년 6월: 대만인들의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 지지, 1990년 3월: 백합학생운동(野百合學運) 전개, 1998년 7월: 공영방송(PBS, 公視) 개국, 2000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사상 최초의 정권 교체, 2009년: 드라마 《부랑자 영웅(痞子英雄)》 방영, 장르 드라마와 도시 마케팅 열풍 유발,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太陽花運動), 2017년: 차이잉원 정부 ‘전망계획(前瞻計畫)’ 추진 등의 역사적 사실들이 배경이된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국외대 캠퍼스에서 대만시인 일동>
<한국외대 임대근 대만연구센터장의 강연자와 내빈 소개>
<대만 국민시인 졍죵밍 시인의 강연>
<졍빙홍 대만 저명 영화평론가의 강연>
<강연 후 기념촬영>
29일 오후 건국대학교 새천년 홀에서 거행된 ‘서울 세계시 엑스포 2025’ 개막식에서 대회 조직위원장인 허영자 시인의 개막식 선포와 신달자 집행위원장의 환영사, 김수복 한국시협 회장의 환영사, 한국문학관 문정희 관장의 축사 등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대면 축사가 있었다. 이어서 개막 축하공연과 하나가 된 환영 만찬이 있었다. '시의 빛으로! 시의 미래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엑스포 참가를 위해 미국 잭 마리나이, 헝가리 팔 다니엘 레벤테, 베트남 응우옌 티 히엔, 일본 사가와 아키, 대만 시인 6명 등 해외 시인 16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시인·번역가 13명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한국과 대만시인 오른쪽에서 다섯번째 한국시협 김수복 회장과 이채민 사무국장>
<대만 참가자 6명>
<졍죵밍 시인 발표>
<김상호 시인 발표>
30일 오전부터 각국 시인들의 주제 발표와 시낭송 및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오전 세션 발표자인 대만 졍죵밍 시인은 〈이 신성한 시간에〉란 시에서 “독재자가 멋대로 날뛰고/총알이 휙휙 지나갔다/굶주린 고양이 한 마리가 담 모퉁이에 숨어/수시로 앞을 주시하고 있다/저녁 텔레비전 뉴스가/계속 재생되 방송되고/멀리 포탄을 맞은 저택이/짙은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하략)
오후 세션 발표자로 나선 김상호 이사장은〈세상살이〉란 시에서 “최근 몇 년 들어 일부 식당에서는 AI 로봇이 길을 안내하거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스타벅스에 가서 다양한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수업시간 학생들이 휴대폰을 보는 것은 이미 대학 강의실의 일상이다/저가 항공이지만 새벽 비행기로 인근 국가를 오가기는 편리하다/세상의 마누라들은 남편들을 지휘하기를 좋아한다/자유민주국가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거나 횡령하는 개관리(狗官)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하략)
<참가 외국시인 모두가 한 자리에>
10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행사를 마치고, 이채민 한국시협 사무국장의 인솔 아래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경복궁을 향해 출발했다. 서울 문학기행의 여정 속에서 한국 시인들과 해외 시인들은 시와 인생을 두고 한층 깊은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오후 다시 건국대 행사장으로 돌아와 폐막식이 진행된 후 만찬이 이어졌으며, 김수복 회장의 제안으로 각국 시인들이 무대에 올라 건배사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김상호 이사장은 한국, 대만, 일본, 베트남을 주축으로 ‘아시아 시인회의’를 부활하자는 뜻을 밝혔다.

<김상호 이사장의 건배사>

<한국과 대만 시인들>
Copyright © 한국문화예술신문'통' 기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