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암 방명록을 뒤적이다
정치산 탐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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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사인암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이들이 왔다 가며 남긴 이름과 글이 방명록으로 남아 있다. 어떻게 저 아름다운 풍광에 방명록을 새길 수 있는지 바위마다 빼곡이 적힌 이름들과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당당히 서 있는 사인암의 압도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멋진 글을 남긴 분들이 있어 사인암에 대한 시상을 떠올려 보지만 옛 성인들의 글에 위축되어 그냥 감상만 하다가 돌아와 아직도 고민 중이다
「繩直準平 玉色金聲 仰之彌高 魏乎無名」- 승직준평 옥색금성 앙지미고 위호무명
먹줄처럼 곧고 수평계처럼 평평하네/옥빛 쇠붙이 소리
우러르면 더욱 높아/우뚝하여 이름할 수 없구나
신미년 봄(영조27년 1751년)윤지, 정부, 원령 짓다.(이윤영 김종수 이인상)
위 내용은 옛 문헌의 명언을 모두 집구(集句)하여 시를 짓고 첫 구와 둘째 구는 윤지, 셋째 구는 정부 마지막 구는 원령이 짓고 이 시를 이인상의 팔분체로 새겼다고 단릉의 문집인 ‘단릉유고’ ‘인암집찬 ’편에 실려 있다.
삼성각으로 올라가는 길에 역동 우탁선생의 '탄로가'가 적힌 바위가 있고, 올라가 내려다보이는 사각기둥의 바위에는 「獨立不懼 遯世無憫」- 독립불구 둔세무민 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지금까지 ‘역동 우탁’ 선생의 친필각 글씨로 전해져 왔으나 ‘상현록’기록이나 ‘윤지’라는 각자로 보아 이윤영의 작품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홀로 서니 두려운 것이 없고 세상을 은둔하니 근심이 없다.”
이글은 내가 좋아하는 글귀라 더욱더 가슴에 새겨 본다.복잡하게 얽혀 있던 것에서 조금 벗어나 땅과 함께 하니 단순하고 명료해지는 것 같다. 사인암에는 잔뜩 이름만 남기고 간 많은 이들도 있지만 사인암의 풍경을 멋진 시로 적어놓은 글도 있어 찾아 읽는 재미가 있다.

“푸른산 푸른물은 꿈에라도 다시 보고 싶고 흰 바위 맑은 샘물소리 듣고 또 듣고 싶네”
사인암 아래 암벽에 행서체로 새겨진 암각으로 낙관을 보면 윤지형(尹之衡)의 글임을 알 수 있다고 하며 그 옆으로 조선 순조 8년,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온성인 정만석의 글도 있다.

“기둥 하나 하늘을 떠받들고 개울들은 돌아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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