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퇴계, 숨쉬는 도산서원-월천서당, 시사단
정치산 탐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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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정치산 시인
마음이 살랑살랑 바람을 따라나섰다. 어디든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고 달린 곳이 태어나 세 살까지 살았던 안동이다. 동생이 살고 있기도 하고 답답하면 가끔 동생과 안동댐의 벚꽃 둘레길과 월운교를 걸으며 들뜨는 마음을 잠재우곤 했는데 답답해 하는 동생을 동행 삼아 안동댐으로 향했다. 안동댐을 걸으며 홍매의 환한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도산매를 보고자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평생 매화를 아끼고 사랑하며 매화를 ‘매형’이라 칭하며 임종을 앞두고도 “분매에 물을 주어라”고 유언할 정도로 매화를 사랑했던 퇴계 선생은 100여 편의 매화시를 남길 정도로 무척 매화를 아끼고 사랑했다고 한다. 퇴계 선생에게 반한 단양 관아의 관기 두향은 선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물을 보내며 별별 노력을 다했다고 하는데, 좋은 매화를 구해서 선물하고 나서야 선생의 마음을 얻었다고 한다. 매화 고고한 향처럼 매화를 통해 사랑을 나누었던 두향과 퇴계의 향기가 살아 있는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깔끔하게 정비된 입구의 흙길을 걸어가는데 안동호에 섬처럼 떠 있는 시사단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792년 정조대왕이 존경하던 퇴계를 추모하고 지방선비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 이곳에서 ‘도산별과’를 열고 영남지역의 인재를 선발하였다고 한다. 처음 시사단을 보고 느낀 생각은 섬처럼 있어서 비리 없이 시험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올해는 유난히 눈과 비가 많아서 안동호의 수량이 풍부해 시사단으로 향하는 잠수교 세월교와 주변 땅들이 물속에 잠겨 있어서 섬처럼 홀로 서 있었던 거다.
이곳은 시험 응시자만 7천여 명에 이르렀고 임금이 직접 11명을 선발하였다고 한다. 시험을 기념하여 1796년 이곳에 단을 마련하고 비석을 세우고 당시 영의정이었던 채제공이 비문을 지었다. 안동댐으로 수몰되기 전에는 도산서원과 마주 보이는 강변의 소나무가 우거진 이곳에 비각이 세워져 있었는데, 1975년 안동댐 건설 이후 원래 있던 자리의 소나무들은 베어지고 10m 높이의 돌로 축대를 쌓아올린 뒤 옛 건물과 비석을 원형대로 옮겨 지었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저 섬에 갇혀 멋진 풍광에 갇혀 멋진 시를 써서 과거시험을 보고 있는 나를 상상하면서 저곳으로 건너가고 싶다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처음 방문했던 느낌이 너무 좋아 이삼일 지나 비가 그치고 난 후 다시 시사단을 찾았는데, 가는 길에 안동 선비 순례길의 9코스 중 2코스인 도산서원길(10.8km)의 시작점인 월천서당을 들렀다. 안동국제컨벤션센터를 지나 제일 마지막 강과 잇닿아 있는 곳에 퇴계 선생이 가장 아끼던 제자 ‘월천 조목’ 선생의 서당이 있다. 퇴계 선생이 직접 글을 써 주었다고 하는 월천서당은 아담하고 한적하여 그곳에 앉아 풍경과 함께 책을 읽으며 뒹굴고 싶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퇴계 선생이 제자 조목에게 써 준 편액 ‘월천서당’이다. 스승과 제자가 만나는 퇴계 선생의 숨결이 느껴지는 월천서당에서 오랫동안 서 있다가 다시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여전히 멋진 모습으로 나를 반기며 마음을 사로잡는 시사단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시사단은 낙동강 안동호에 홀로 고립되어 있었다. 여전히 나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며 사로잡고 놓지 않는 시사단의 섬처럼 홀로 선 모습이 발길을 잡는다. 갈수기에는 세월교를 지나 저곳으로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 바라만 보아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도산서원 전교당 앞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안동호의 모습을 둘러보며 건너다보이는 시사단까지 내려다보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이 유생을 가르치기 위해 설계한 도산서당을 퇴계 선생의 사후에 학덕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한석봉의 글씨로 된 사액을 받으며 영남유학의 총본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한국 정신 문화의 도시 안동’이라는 ‘슬로건’으로 정신 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안동은 옛 모습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온전하게 남아 있는 문화재를 많이 물려받아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보내는 세상에서 잠시 정신의 안정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이 도시가 부럽기도 했다. 빠르게 빠르게만 흘러가는 생활에서 조금은 천천히 걸어 보고 마음의 향기를 담아 줄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참 편안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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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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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리 편집인님의 댓글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