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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의 길


전주全州와 삼천三川

안성덕의 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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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상공 비행운 

 

세상에는 길이 많고 많다. 자연의 흔적, 사람의 흔적, 세월의 흔적 등이 모두 길이다. 네발 달린 짐승은 주린 배를 채우고 안전하고 따뜻한 잠자리를 얻기 위해 길을 내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은 짐승의 길 외에 스스로 도리를, 의무를 정해 길이라 이름 붙이기도 한다. 길은 하늘에도 땅에도 물에도 사람의 마음속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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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관통하는 삼천 

 

인간은 물 없이 한시도 살 수 없다. 고대 4대 문명 발상지는 모두 강을 끼고 있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유역, 이집트 나일강 유역, 인도의 인더스강 유역, 중국의 황하 유역 문명이 그렇다. 강 하류 지역은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퇴적물로 농토가 비옥하며 관계농업이 발달해 수확량이 많았다. 또 교통이 편리해 많은 사람이 모여 살게 된 것이다.

고대문명이 그렇듯, 오늘날의 대도시도 바다건 강이건 필연적으로 물을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생겨났다. 전주全州도 구도심과 신도심을 흐르는 두 개의 내가 있다. 임실, 남원 쪽에서 발원하여 남부시장을 휘돌아 다가동 진북동으로 머리를 튼 전주천이 그 하나이며, 전주 서쪽의 신도심을 남에서 북으로 관통하는 모악산에서 발원한 삼천三川 즉 세내가 그 둘이다. 삼천은 중인리를 지나 우전, 마전, 서곡을 거쳐 전주천과 합류한다. 전주천 두물머리에서 합수된 물은 송천동을 거쳐 소양천과 만나 만경강을 이룬다. 

 

3-1000.jpg모악산

  

삼천과 전주천 두물머리 

 

삼천三川은 구이 저수지에서 흐르는 본류와 중인리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독배천, 그리고 장승백이 쪽에서 흘러내리는 덕적천이 만난다. 세 개의 물길이 만나 삼천이라 했으니 우리말로 세내다. 삼천 상류는 공장이나 대규모 주택지가 없어 자연환경이 청정하다. 지금도 반딧불이가 날고,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서식한다. 여름이면 아이들이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겨울이면 청둥오리가 돌아오는 도심 속 생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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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의 봄 

전주, 1960년대까지는 우리나라 6대 도시였다. 산업화 이후 대도시로 사람이 모여들었다. 수도권 대도시에 비할 바는 아니나 전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천을 중심으로 신도시가 개발되고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섰다. 도청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신도심이 생겨났으며 삼천의 둑이었던 양편에 도로가 생겨 교통이 원활하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사람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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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의 다리들 

 

물이 길을 끊었다. 동쪽과 서쪽을 갈랐다. 물이 제 길을 이어가느라 사람의 길을 끊은 것이다. 길이 끊겼다고 어디 제자리에서 발이나 동동 구르다 말 인간들이던가. 전주 서부를 관통하는 삼천에 콘크리트 다리가 10곳이다. 한강의 잠수교처럼 비 오면 물길을 내다가 물이 줄면 사람의 길이 되는 돌다리가 2개며 사람은 콩콩, 물은 졸졸 징검다리가 9개다. 이렇듯 끊으면 잇고, 너 건널 때 내가 멈추고 내가 흐를 때 네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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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과 철새 

 

내는 단순히 빗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길이 아니다. 비옥한 농토를 내어 그 땅에 숨을 붙이게 하는 사람의 길이다. 사람의 길만이 아니라 쉬리, 버들치, 피라미, 잉어, 붕어의 안식처다. 때 되면 떠나고 돌아오는 청둥오리, 백로 등이 식구를 늘리는 곳이다. 갈 숲에선 참새와 개개비가 숨바꼭질하고 강변에는 숨이 가빠 이름 다 불러줄 수도 없는 들꽃들이 더불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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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변 사람들, 삼천 전경 

 

도덕경道德經에서 노자老子가 말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이다. 물이 최고의 선이며 흐르는 물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막히면 돌아가고 갇히면 채우고 넘어간다. 빨리 간다고 뽐내지 않으며 늦게 간다고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물처럼 흐르며 전주의 반 인구가 삼천에 깃들어 산다. 물처럼 순하게 문화와 풍류를 이으며 맛과 멋을 지키고 있다. 멈춘 듯 흘러가는 물처럼 이어가고 있다. 전라남도와 충청남도 사이에 낀 말투처럼, 모나지 않고 유별나지 않게 길을 간다. 온전 에 고을 全州,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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