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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의 길


삼양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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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꾀었습니다. 젊은 축은 젊은 축대로 늙은 축은 늙은 축대로였지요. 누구는 시발역이었고 누구는 종착역이었으며 또 누구는 기항지였지요. , 은하수, 임금님, 황태자……, 골목골목 사람들로 넘쳤습니다. 한복을 차려입은 마담이 센 강변 봄바람 같은 미소를 날렸지요. 토막말에 질겅질겅 껌을 씹었던가요, 코맹맹이 레지는 테이블 사이를 실룩샐룩 오갔고요.

 

삼양다방만 남았습니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갈 길 멀다며, 항구는 시들해도 아직 등댓불 깜박거린다며 홀로 외롭네요. 앞 강물이 뒤 강물에 밀려났습니다. 카페에 쫓겨 다방이 사라졌습니다. 오지 않을 애인을 기다리며 엽차로 타는 입술을 끄던 룸펜도, 달걀노른자 동동 모닝커피만 찾던 빵떡모자도 총총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설다방은 당겨진 계절에 봄눈인 듯 녹아 버렸으며, 세상이 너무 밝아 밤하늘 은하수다방도 사라졌습니다. 민주공화국에 무슨? ‘임금님다방이 문을 닫으니 황태자다방도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한때 어느 먼 항구에 등대다방깜박인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풍문이었습니다. 커피·프림·설탕, 황금비율이었지요. 며느리도 안 가르쳐 준다는 영업비밀이 있었지요. 달달했던 시절이 씁쓸하네요. 김 양, 여기 아메리카노 아니 블랙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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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남태식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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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퇴직 전 근무했던 어느 동네에는 작은 면소재지에 다방이 서른 곳쯤 되었습니다. 커피숍이라고 이름 붙인 커피공방이 한 곳 있기는 했는데 1년을 못 넘기고 공방으로만 남았으나 그때쯤에도 어느 곳에는 또 다른 다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가 가까운 동네여서 고속도로 닦을 때 인부들과 함께 들어온 다방레지들이 공사 끝나고도 떠나지 않고 남아서 빈 가게를 인수해 다방을 열어서 그렇게 많아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일 겁니다. 많은 다방이 1인 운영 다방이어서 배달을 나갈 때는 쪽지 하나 붙이고 갔습니다. 배달 중. 옛날 시골 동네에서는 집배원들이 촌 동네 배달 나가기 전에 일용품 장보기를 했습니다. 하니 편지만 배달한 건 아니었던 셈이죠. 택배 배달이 늘면서 집배원이 어쩔 수 없이 장보기를 멈췄을 때 이 임무가 다방으로 넘어갔습니다. 하니 이번엔 커피 배달이 구실이 되었습니다. 다방 레지들의 이런 구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도 하지만 돌봄의 눈으로 보자면 그리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창궐하는 악이 어디 동네와 사람을 가리나요. 그런데 아시나요. 아침 일찍  터뜨려 먹는 쌍화차 달걀, 요즘에는 모닝커피에도 띄워준다는 것.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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