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과 페이지 터너와
가을 길목에 맨드라미가 피었습니다. 영락없는 수탉의 볏입니다. ‘화무십일홍’이란 말 무색하게 화단이 오래 붉네요. 한나절 꿈꾸는 맨드라미 뒤편에 병풍처럼 호박 덩굴이 들러리 섰습니다. 앞에는 일일초가 분홍 분홍거립니다. 한 폭 완성입니다. …
모정(茅亭), 세월
띠 茅 자 모정(茅亭)입니다. 기와 올린 정자(亭子)와 달리 지붕이 띠나 볏짚이었지요. 사대부들의 풍광 좋은 풍류 터 말고, 마을 어귀 여름 사랑방이었지요. 주민 수와 뒷산에 자라는 나무에 따라 크기…
눈을 막고 귀를 뜨고
깍깍 깍 미루나무 우둠지 까치네요. 포르릉, 놀란 참새가 날아갑니다. 개개비는 마른 갈 숲에 내려 팥알보다 작은 심장을 할딱거립니다. 징검돌 틈을 빠져나가는 냇물, 있으나 없었습니다. 가끔 물멍이나 하던 삼천 변에 앉습니다. 한나절 눈을 막…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디다
계절은 두부모처럼 뚜렷하지 않지요. 어제 날린 눈발에도 오늘은 정녕 봄입니다. “정원의 매화가 가장 먼저 피어났으니 뒤따라 앵두, 살구, 복사꽃이 차례로 피어”나겠지요. 그래요, 당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춘풍(春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