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시여’, ‘바람은 불어도’,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자라게 하소서. 나의 방송 인생 >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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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바람은 불어도’,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자라게 하소서. 나의 방송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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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IMG_1746-1000.jpg이영희 PD 촬영중

 

 매스컴의 종사자들은 기자는 ‘사자’, PD는 ‘호랑이’에 비유한다고 말한다. 사자는 무리를 지어 다니고, 먹이를 보면 ‘협업’을 한다고 한다.먹잇감을 공격할 때 앞에서 멈추게 하는 사자, 눈을 공격하는 사자, 먹잇감이 주춤할 때 꼬리쪽 뒷부분 엉덩이를 콱 물어 힘을 빼는 사자, 나머지 사자들은 모두 달려들어 먹잇감을 공격해 나눠 먹는다고 한다.


이에 반해 호랑이는 항상 고독하게 ‘홀로’ 있고, 먹잇감이 나타나면 혼자 공격해 다른 동물이 근접 못하게 해서 혼자 먹는 성향이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이니까 홀로 존재해야 하는 고독한 직업 PD가 그렇다.


1981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KBS PD 공채 시험에 합격해서, TV 드라마 제작 파트에 발령을 받았고, 오늘날까지 42년간 TV드라마 PD로 인생을 살아왔다. 직업은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잘 맞고, 내 속에 방송 연출의 달란트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86676_이영희,나나무스꾸리_하늘이시여 OST 녹음-1000.jpgSBS 방송국을 찾은 나나무스꾸리와 함께. <하늘이시여> OST 녹음 시

 

TV 드라마 연출이란 영화로 치면 감독을 말한다. KBS에서 <사랑이 꽃피는 나무>(최수종 이미연 출연, 3년간 방송) 연출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바람은 불어도>(최수종 유호정 나문희 주연, 1년간 방송)로 시청률 57%를 기록하며 방송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바람은 불어도>에 할머니로 연기했던 나문희 배우가  KBS 연말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 57% 시청률은 공식적으로 현재까지 방송 시청률 집계 10위 안에 드는 기록이다. 

1997년 SBS와 계약하며 SBS로 옮겨, <하늘이시여>(85회 10개월)를 연출하며, 시청률 42%로 방송 전체 1위를 기록하며, 그해 SBS 연말연기대상에서 주인공 한혜숙 배우가 연말연기대상을 당당히 수상했다. 또한 이어서 SBS <신기생뎐>(50회) 연출로 시청율 37%로 3개 방송 시청률 1위를 6개월 동안 유지했다, 시청율 1위라는 것은 광고를 싹쓰리한다는 의미이고, 그해 방송국이 이 드라마로 먹고산다는 뜻을 말한다.


그래서 방송국에서는 이영희 PD가 시청율 제조기, 또는 신인배우 조련사로 유명했다. 왜 신인배우 조련사라고 하느냐면, 내가 연출했던 드라마가 청춘드라마가 많은데, <사랑이 꽃피는 나무>(KBS), <내일은 사랑>(KBS), <하늘이시여>(SBS) 등 모두 신인을 주인공으로 써서 좋은 배우를 탄생시키고 성공했던 드라마였기에 신인 조련 PD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원래 대학 졸업 후에 고교 국어 선생님을 잠깐 하다가 PD가 되어서 신인(학생)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TV 드라마 10개를 연출하며 7개 드라마가 성공해서 7할의 성공율을 거뒀다. 야구에서 3할 타자면 최고의 타자인데, 7할의 타자라니 내가 봐도 잘 맞는 직업이었다. 방송인들은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성공하려면 운이 일곱이고 기술(연출력)이 삼이라고 한다. 운이 많이 따라서 그랬겠다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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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은 백상예술대상과 방송대상 수상 시 생중계로 전국방송을 탔을 때이다. 전국민이 보는 TV에 수상소감을 말할 때 제일 기뻤고,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남편, 자랑스런 아빠로 보여졌을 때가 제일 보람된 순간이었다.


또 한 가지 자랑스러운 순간은 SBS <하늘이시여> OST 제작에 그리스의 백장미라 불리는 세계적 가수 ‘라나 무스꾸리’가 한국에 와서 헨델의 아리아 ‘울게하소서’ 한 곡을 직접 부르고 녹음해서 드라마 OST 음반에 실어서 방송했을 때이다.


‘나나 무스꾸리’가 어떤 가수인가? 세계적으로 히트한 곡만 400여 곡을 부른 최고의 가수 아닌가? ‘나나 무스꾸리’가 아시아 콘서트 순례 중에 한국 공연과 맞물려, 서울 강남 녹음실에서 직접 만나서, 악수하고, 사진 촬영하고, 녹음했던 영광의 순간을 가졌다. 실제로 ‘울게 하소서’ 이 노래는 주인공 엄마역을 연기한 한혜숙 배우의 슬픈 감정을 표현할 때 삽입해서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 곡이다.


내 인생에서 아쉬운 것은, 지금도 종편에 내가 만든 드라마가 방송에 여러 번 재탕 삼탕 방송되는데, 연출에게는 저작권이 회사(KBS, SBS)에 있어 저작권 수입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이 가족들에게 지금도 미안하기만 하다. 앞으로 후배들은 방송사와 저작권 계약을 해서 꼭 저작권료 받기를 소망해 본다.


방송 PD는 한마디로 말하면 결정하는 사람이다. 결정한 만큼 책임지는 사람이다. 매일매일 시청률 결과에 일희일비하면서 방송 생활을 한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 그 다음날 방송국에 출근하면 시청률이 좋았던 날은 환호를 받으며 그날 부서 점심 한턱을 내야 되고, 시청률이 나쁘면 싸늘한 눈초리와 분위기를 감내해야 한다. 이 얼마나 피 말리는 작업인가?


그래서 시청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찍 세상을 떠난 작가와 PD도 있다. 그래도 나는 후회를 하지 않는다. 인생 태어나서 PD로서 7할의 성공과 고공 시청률을 기록하고, 백상예술대상 대상, 방송대상 대상을 수상한 영광을 누렸으니 후회는 없다. 오히려 감사하다.


그동안 내가 방송 연출해 왔던 작품들의 주제는 대부분 ‘가족애, 가족사랑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주로 패밀리 드라마를 연출해서 이 세상은 아직도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방송계에서는 나에게 ‘도덕선생’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다. 아무렴 어떤가, 도덕선생도 좋다.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면 무엇이든지 좋다. 드라마 한 편으로 시청자들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족 서로를 돌아보며, 보다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갈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호랑이처럼 홀로 존재해야 하는 고독한 직업 PD. 이 세계에 멋지게 “레디 액션” “스탠바이 큐”를 외치는 사나이 이영희 PD의 인생도 이만하면 멋지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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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PD 연출 필모그라피

1981년 5월 25 KBS 공채 8기 PD로 입사

1986 KBS <이화에 월백하고>―일타홍 편 첫 연출

1988 KBS <사랑이 꽃피는 나무> 연출(총 144회-3년)-백상예술대상 대상 수상

1992 KBS <내일은 사랑> 연출(4회)

1993 KBS <당신이 그리워질 때> 연출-한국 프로듀서 작품상 수상

1995 KBS <바람은 불어도> 연출(총 254회-2년) 방송대상 대상 수상

2002 SBS <흐르는 강물처럼> 연출(총 50회)

2005 SBS <하늘이시여> 연출(총 85회) SBS 연말연기대상 수상

2011 SBS <신기생뎐> 연출(총 43회)  

2019 연극 연출 <아버지의 다락방>(정동 세실극장)

 출판저서-『영상을 통한 연기훈련』(연기실용안내서) 출판사 ‘연극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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